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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5-27 00:00
<新기업문화 탐방>⑩‘유통 선두주자’ 신세계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789  
회식 자리에서 술기운이 오른 직원 A(32)씨는 입사 2년차 여직원 B(25)씨
에게 폭탄주 한잔을 건넸다. “다들 마시는데 여자라고 빼지 말고 한잔
받으라”는 말과 함께. 다음날, 술잔을 건넨 A씨 는 ‘여직원에게 폭탄
주 마실 것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신세계 얘기다.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익숙한 모습은 결코 아니다 . 지나
치게 경직된 징계라는 반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신세 계는 임직원들
의 모든 비합리적인 행위를 공식적으로 문제삼고, 가차없는 처벌을 가한
다. ‘윤리경영’이라는 경영이념에 어긋난 다는게 그 이유다.

“91년 삼성에서 독립할 당시만 해도 신세계는 매출 1조~2조원대 의 작
은 회사였습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주식을 팔아 겨우 이 익을 낼 정도
였죠.” 신세계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속하게 성 장, 이제는 매출 10
조원을 넘보는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발돋 움했다. 김순복 부사장은
그 비결이 “오로지 윤리경영 덕분”이 라고 강조한다. 요즘 윤리경영을
내세우지 않는 기업이 있을까 싶지만 신세계는 ‘윤리경영 대표기업’이
라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있다. 지난 99 년말 신 기업이미지통합(CI) 선
포식을 통해 ‘윤리경영’을 경영 이념으로 선포한 뒤, 직원들의 업무 과
정에서부터 회사의 크고작 은 경영사안까지 모든 것을 누구보다 투명하
게 공개하고 있다는 자부심이다. 신세계 본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
을 끄는 것은 임원실. 사 장실과 지원실장 부사장실은 통유리벽으로 둘러
싸여 훤하게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돼있다. 이 두 곳을 제외하면 신세계
의 모든 임원실에는 문이 없다. 일반 사무실 한구석에 간단한 칸막이 몇
개만 세워져있을 뿐이다. 임원들부터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는 상 징적인
의미다. 실제로 신세계 직원들의 업무상담은 모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
해 공개적으로 이뤄진다. 누가 언제 어떤 협력회사 직원을 만나고 무슨
이유로 거래를 성사시키고 거절하는지를 전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보
기 위해서다.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결정하다보니 신세계에는 다른 회사에는
없는 부서나 시스템이 많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재 발을 막기 위해 아
예 제도나 전담부서를 만들고 있다. 가령 여름 에 김밥 식중독 사고가 자
주 터지면 ‘여름에는 김밥을 안판다’ 는 규정을 만들어버리는 식이다.

신세계는 이러한 업무처리 스타일 때문에 간혹 빈축을 사기도 한 다. 동
종업계가 보는 신세계는 “훌륭한 기업이지만, 과대포장된 측면이 있다”
는 것. 회사의 이미지 홍보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다. 협력업체 관계자들
은 신세계를 가리켜 ‘서울 깍쟁이’라고 한다. “롯데백화점은 매출이
떨어지면 아무리 부탁해도 칼같이 자릅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웃는 얼굴
로 돌아서곤 다음날 퇴출 통 보를 보냅니다.” 인간미가 떨어진다는 뜻이
다. 질시가 많은 것은 기업이 잘 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세계는 올
해 유통업계 순매출 1위로 우뚝서며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어가 고 있다.
지난 23일 이마트 53호점을 개장한데 이어 오는 2005년 까지 모두 100여
개의 국내 이마트 출점을 마무리짓고, 중국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
증축 공사중인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200 5년 무렵이면 새롭게 태어난다.
신세계도 위기가 없지않았다. 구학서(사진 왼쪽)사장은 “외환위 기 직
후 프라이스클럽을 정리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당시 시애
틀과 도쿄(東京), 서울을 오가며 미국 코스트코 홀 세일사와 매각협상을
벌였는데, 코스트코측의 벼랑끝 협상에 화 가 치밀어 도쿄협상때는 협상
장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당시 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는데, 어
찌나 처량하던지….” 전화위복이었을까. 구사장의 강경한 태도에 놀란
코스트코측이 뒤늦게 적정가격을 제시,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됐고, 당시
매각 자금으로 땅을 샀던 것이 지금은 할인점 매장부지로 활용되고있
다. 신세계는 2006년이 제2의 부흥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땅 에
‘할인점’이라는 새로운 유통업태를 탄생시킨 것처럼 미래의 유통산업
역시 신세계가 주도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가장 신세
계다운 투명함으로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장담 한다.

- 문화일보 2003년 5월 26일 -